배, 포도, 복숭아 등 과일나무에 매달린 과일봉지. 단순한 종이로 보이지만 각종 기술과 노하우가 담긴 특수제지다.
과일봉지는 수십 년간 개발국인 일본에 의존해왔다. 이제는 우리기술로 완전한 자립화를 이뤘고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과일봉지 산업의 국산화를 이끈 주역은 진주시 상평동 소재 남강제지(주)다.
우리나라 과일봉지 산업은 사실상 남강제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8년 간 특수박엽지를 생산하며 독보적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과일봉지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농촌 과수원에 내걸린 과일봉지는 모두 남강제지 생산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국내를 넘어 일본과 동남아 등에도 적지 않은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과일봉지는 업계에서 특수지로 분류된다. 일단 비, 바람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바람은 잘 통해야 한다. 비에 젖은 상태에서 찢어지지 않는 ‘습안장강도’는 높아야 한다. 두꺼워도 안된다. 과일에 따라 착색을 높이기 위해 투광율을 높아야 한다.
이처럼 얇으면서도 강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우수한 과일봉지로 인정받는다.
남강제지는 자체 연구개발실을 두고 오랜 기간 품질을 향상시켰다. 진주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창업자 하계백 회장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자”며 끈질긴 기술개발 끝에 국산화에 성공했다.
하 회장이 국산화를 이끈 주역이라면 2세 경영인 하준식 대표이사는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회사를 키웠다.
국내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진 남강제지는 2019년부터 본격적인 수출에 나선다. 주 타깃은 종주국 일본이다.
일본시장을 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일본 업체는 3~4년에 걸쳐 남강제지 제품을 실제 과수원에 적용하며 지켜봤다.
과일봉지는 불량일 경우 1년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수입업체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가격이 싼 중국산 제품도 있지만 품질에서 한국산과 비교되지 않았다. 결국 일본 바이어로부터 계약하자는 연락이 왔다.
일본 최대 사과 생산지인 아오모리(靑森)현 농가에 내걸린 봉지 역시 남강제지 제품이다. 아오모리 납품 제품은 사과 착색률을 높이기 위해 특별 제작됐다.
동남아지역에는 망고 봉지를 수출한다. 동남아는 수출용 망고의 경우 품질 관리를 위해 봉지 작업을 거친다.
남강제지는 올해(2021년 7월~2022년 6월) 과일포장원지(재단되지 않은 상태의 과일포장지)로 3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그동안 기술개발과 품질 혁신으로 과일봉지 국산화와 수출을 이끌어 온 남강제지에게 올해 상복이 터졌다.
지난 16일 남강제지는 제지산업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다. 21일에는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중소기업 발전 공로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까지 수상했다.
하준식 대표이사는 “주력 제품인 과일봉지는 1년간 자연환경과 싸우면서 과일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내구성, 통기성, 방수성, 투광율 등을 갖춰야 하는 품질이 아주 까다로운 종이다”며 “직원들과 협력업체가 혼연일체가 되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한 결과 일본과 동남아 수출길을 열었고 지난해 200만불에 이어 올해 300만불 수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분발해 1000만불 수출 달성과 함께 장수기업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출처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http://www.gnnews.co.kr)